유럽연합의 녹색 협정, 은밀한 로비 활동 논란

2025. 2. 25. 17:58전세계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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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환경 단체를 통해 유럽의회와 회원국들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프란스 티머만스 전 EU 집행위원이 비공식적인 로비 단체를 지원하여 녹색 협정(Green Deal)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공식 로비 활동의 실체

네덜란드 언론 De Telegraaf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환경 단체들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내부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국회의원 더크 고팅크는 이를 "유령 로비 그룹"이라고 부르며, 유럽 기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통 로비 그룹은 민간 기업이 정부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운영되지만, 이번 경우는 공공기관인 EU 집행위원회가 다른 공공기관인 유럽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 모니카 홀마이어 역시 "집행위원회가 독립적인 로비 활동인 것처럼 가장하면서 스스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에 따라 유럽검찰청과 유럽사기방지청(OLAF)에는 관련 의혹에 대한 고발이 접수되었으며, EU 내에서 이러한 자금 유용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환경 단체와의 유착 의혹

EU가 지원한 환경 단체 중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유럽환경사무국(EEB)이다. EEB는 185개의 환경 단체를 포함하는 조직으로, EU의 자금 지원을 받아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은 Life라는 EU의 환경 기금 프로그램이다. 이 기금은 기후 변화 및 환경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데, EEB와 같은 단체들이 이를 활용해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2월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자연 복원법’(Nature Restoration Law) 역시 이러한 로비의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U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유럽의회에서 예산을 담당하는 표트르 세라핀 위원은 지난 1월 22일 연설에서 "EU 집행위원회가 환경 단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직접 로비하도록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또한, 집행위원회는 유럽의회의 요구에 따라 NGO 자금 지원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덜란드 국회의원 고팅크는 "이러한 로비 시스템은 유럽 기관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며, "집행위원회가 자신들이 직접 자금을 지원한 단체들의 홍보 캠페인에 관여했다"고 비판했다.

녹색 협정, 위기에 봉착하나?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8000억 유로 규모의 녹색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가능성과 국제 경쟁 환경의 변화로 인해, 유럽이 추진하는 환경 규제 정책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총리 도날트 투스크는 지난 1월 22일 유럽의회에서 "녹색 규제들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환경 정책보다 경제와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부터 EU는 탄소 중립 목표(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0)를 달성하기 위해 교통, 에너지, 산업, 농업 부문에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국제 시장에서 유럽 기업들에게 불리한 경쟁 조건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환경 운동의 위기

최근 몇 년간 EU의 강력한 지원을 받아왔던 환경 단체들은 이번 논란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글로벌 이슈가 부각되면서, 환경 정책이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U가 환경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축소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녹색 협정과 2030 지속가능 개발 목표(Agenda 2030) 역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앞으로 EU가 환경 정책을 어떻게 조정할지, 그리고 환경 단체들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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